지난 2월 24일에 [진보의 재탄생] 출판 기념회가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의 인사말과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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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12:32 2010/03/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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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진보의 재탄생』 출판기념회가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황광우 전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아래 가운데), 단병호 전 의원, 김혜경 진보신당 고문(아래 왼쪽),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아래 오른쪽) 등이 참석해 노회찬 후보의 출판을 축하했다. [사진=自由魂, biketraveler]


24일『진보의 재탄생』 출판기념회
심상정ㆍ강기갑 등 500여 명 참석

어제(24일) 노회찬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새 책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 출판기념회가 서강대 곤자가 컨벤션홀에서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심상정, 단병호, 강기갑 등 대표적인 진보 인사들은 물론 이종걸 민주당 의원,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해 노회찬 후보의 출판을 축하해줬습니다. 노회찬 후보와 대담을 통해 이 책을 함께 만든 진중권, 변영주, 홍기빈, 김정진, 한윤형씨도 자리에 함께했죠. 홍세화씨는 선약이 있어 아쉽게도 영상 메시지만 보내왔습니다. 물론 2차 뒷풀이 자리엔 함께하셨죠.

약속된 6시30분이 조금 넘어 시작된 출판 기념회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의 축사로 시작됐습니다. 강기갑 대표는 "오늘 노회찬 대표님을 끌어안아드리고 싶었는데 사모님이 바로 옆에 계셔서 못 했습니다"라고 말해 약간은 굳어있던 기념회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 이어 강 대표는 "시골에서 소를 키울 때, 암소가 병에 시달리다가도 새끼를 낳으면 갖은 잔병이 싹 치유가 된다"며 책 제목처럼 "진보진영도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탄생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는 진중권ㆍ변영주ㆍ홍기빈 등의 공동자자가 참석해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가 진행돼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自由魂, biketraveler]


강기갑 대표의 축사에 이어 저자 5명의 토크쇼 '우린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가 진행됐습니다. 이 토크쇼는 저자 중 한 명인 변영주 감독이 진행을 맡았습니다. 이날 토크쇼는 단지 축하와 기념의 자리만은 아니었습니다. 책에서와 같은 날카로운 대담이 이어졌죠.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 자세히 보기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가운데),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오른쪽), 이종걸 민주당 의원(왼쪽) 등이 참석해 축하의 말을 전했다. [사진=自由魂, biketraveler]


저자들의 토크쇼를 마치고 본격적인 '축하와 기념의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축하의 말을 하는 순서였습니다.

이상이 대표, 심상정 후보, 이종걸 의원 축사 자세히 보기



여러 동료, 친구의 축사를 받은 노회찬 후보는 이날 참가자들과 공동 저자들에게 감사의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노회찬 후보는 인사말에서도 최근의 정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대 표현이나 강도가 점점 거세어져가고 거칠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고 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하다가는 이명박에게 당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며 걱정을 토로했죠. "국민들이 몰라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저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금 진보에게 필요한 자세를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정치의 기본 틀을 바꿔내는 일에 앞으로 모든 경험, 시간, 열정을 다 바치고자 한다"고 각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노회찬 후보의 인사말에 이어 부인 김지선 여사에게 책을 증정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이 자리에선 노회찬 후보의 표현에 의하면 "매일 아침 집을 나서며 하는 그 것"을 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죠.


노회찬 후보가 '매일 아침 하는 그 것'과 함께 부인 김지선 여사에게 책을 증정했다(왼쪽). 행사의 마지막은 노원구 주민의 축하공연이 장식했다. 권순창(가운데)씨와 송형익씨는 기타와 노래로 노회찬 후보의 책 출판을 축하했다. [사진=自由魂, biketraveler]


이날 출판기념회의 마지막은 '첼로를 켜는 노회찬'과 어울리는 자리였습니다. 노회찬 후보의 지역구인 노원구 주민 두 분의 축하공연이 이어졌죠. 권순창씨는 열정적인 탱고 기타연주로 좌중을 휘어잡았습니다. 송형익씨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멋진 저음으로 노회찬 후보에게 선물해줬습니다.

2시간에 걸친 출판기념회는 여느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와 다른 열기가 가득한 자리였습니다. 무엇보다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는 이 책이 제목 그대로 '진보의 재탄생'의 산파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준 자리였습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노회찬 후보. 그에게 2010년은 '진보의 재탄생'을 잉태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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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18:33 2010/02/25 18:33
  1. 표류기
    2010/02/25 19:41
    수고 많으셨습니다~ 화기애애하게 자축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 다만 날카로웠다는 토크쇼의 내용은 여기 적힌 걸로만 봐서는 그냥 유쾌했던 것 같네요. 훗
    출판기념회에서 너무 진지해질 필요는 없겠죠.
    저도 책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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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김정진·변영주·우석훈·진중권·한윤형·홍기빈·홍세화
24일 서강대에서 ‘진보의 재탄생’ 저자들과 직접 만나보세요


이 책은 한겨울에 진보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진보를 고뇌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써내려간
우리들의 고백서이다.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며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차마 자신에게 묻기도 두려운 질문을
자신과 똑같은 상대에게 물으며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으려
몸부린친 흔적이기도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취조하듯
대화 나누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만남이 있으므로,
우리들의 겨울은 더없이 따뜻했다.
<진보의 재탄생> 서문에서



■ 일시 : 2010년 2월 24일(수) 저녁 6시30분
■ 장소 : 서강대학교 곤자가 컨벤션홀(후문 방향)
■ 주최 :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 협찬 : 꾸리에 출판사
■ 행사내용(저녁 6시30분~8시)
   - 인사말
   - 내외빈 축사
   - 저자 토크쇼 ‘우리는 아무래도 미래로 가야겠다’
     (노회찬, 홍세화, 김어준, 진중권, 우석훈, 변영주, 김정진, 홍기빈, 한윤형, 이상엽)
   - 축하공연
■ 문의 : 02-935-6989
■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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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20:00 2010/02/16 20:00
  1. 피리부는 사나이
    2010/02/16 20:00
    트랙백을 타고 처음 들어 왔습니다. 지지합니다.
  2. ㅅㅇㅁ
    2010/02/17 15:08
    홈페이지로 퍼갑니다~ 와아 장소가 저희집 바로 앞이에요 ㅠㅠㅋㅋ
  3. 김소정
    2010/02/18 15:21
    따로 참가신청은 하지 않아도 되나요?
  4. 토마토
    2010/02/19 17:15
    회사 조퇴내고 갈까하고.. 눈치보고 있습니다.. 책 읽고 있는데.. 완전 재미있어요~~
    • 식빵맨
      2010/02/23 12:17
      행사 시작은 6시 30분인데 조퇴를 하실 정도면, 직장이 다소 떨어진 곳 같습니다. 관심에 감사드리며, 당일날 뵐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 팬더
    2010/02/23 09:56
    내일 하는거 맞죠?? 사람들은 얼마나 올까요? 그냥 몸만 가면 참가할수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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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화제의 책] 홍세화, 김어준 등『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

장석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몇 차례인가 런던시장을 지낸 켄 리빙스턴은 타블로이드판 무가지 <이브닝 스탠더드>에 런던 맛집평을 연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켄 리빙스턴은 ‘붉은 켄’(좀 더 한국적인 표현으로는 ‘빨갱이 켄’)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로 영국의 대표적인 ‘강경’ 좌파 정치이다. 하지만 그는 입맛과 런던 사랑이라는 공감대를 통해 런던의 보통 시민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과 어울리려 한 것이다.

나는 나의 고용주 격인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간혹 회식 자리를 가질 때마다 이 사실을 떠올리곤 한다. 우선은 서울 이곳저곳의 숨은 맛집에 대한 그의 안목과 정보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또한 켄 리빙스턴과 노회찬의 이미지가 비슷해서이기도 하다. 외모 이야기를 해서 좀 뭣하기는 하지만, 둘 다 이마가 훤한 진보 정치인이다.

게다가 최근 노 대표는 런던만큼이나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인 서울의 시장 후보로 나섰다. 이 역시 전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을 연상케 하는 요소다. 그래서 나는 노 대표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서울의 맛집 기행’ 류의 책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해보기도 했다.

한데 정작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맛집 칼럼니스트 노회찬’이 아니라 ‘첼로 켜는 노회찬’이었다. 이번 주에 서점에 깔린, 노회찬과 홍세화 등 8인의 논객들의 대담집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는 첼로를 연주하는 노회찬 대표의 흑백 사진을 책의 얼굴로 내세웠다.

사뭇 격조 있는 표지다. 왠지 파블로 카잘스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레코드 재킷 같기도 하고, 그래서 서점보다는 레코드 가게에 더 어울릴 것만 같다.

정치인 노회찬이 어렸을 때 첼로를 배운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이렇게 아마추어 첼로 연주가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줄은 몰랐다.

맛집 이야기처럼 발랄하지는 않지만, 신선하기는 하다. 선거철 앞두고 정치인들이 대담집 형식으로 책을 내는 것은 이미 선거 출마의 정해진 코스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도 그렇게 진부하게만 여겨지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의 모습으로는 아주 낯선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이러한 진부함을 확실히 효과적으로 상쇄해주고 있다.

8인이 불러내는 8색의 노회찬

그러나 진부함과의 거리를 벌리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노 대표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서점가에서 ‘노회찬’이라는 이름보다 훨씬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이름들이 저자의 명단에 올라 있다.

저 전설의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있고, 홍세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인도 있다.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저자 진중권, 우석훈의 이름도 보이고, 저돌적인 정치경제 논평으로 꽤 알려진 홍기빈, 20대의 젊은 논객 한윤형도 참여하고 있다. 영화감독 변영주가 대담자로 함께 한 것도 인상 깊다. 이들이 각기 한 장씩을 맡아서 노회찬과 대화를 나눈다.

첼로 켜는 노회찬의 이미지를 떠올려 비유하자면, 이들이 노회찬과 나눈 대화는 마치 실내악, 즉 두 서너 악기의 합주와도 같다. 단지 두 악기가 서로 만났을 뿐인데도 거기에서는 한 악기만 연주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음의 세계가 펼쳐진다. 이게 합주의 묘미다.

좋은 대화도 이와 같다. 좋은 대화는 서로 홀로 있을 때에는 미처 생각하거나 그려볼 수 없었을 진리와 상상이 돌연히 피어나게 한다. 좋은 대화 가운데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내가 하면서도 나를 놀라게 하는 말들이다. 이것은 나와 너가 열어놓는 새로운 세계다. 서양 철학의 ‘변증법’이 그리스어의 ‘대화’에 그 어원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의 8인의 논객은 이것을 실연(實演)해 보인다. 각 장의 논객들은 각기 전혀 다른 노회찬을 불러낸다. 김어준은 ‘명랑유쾌한 노회찬’을, 변영주는 ‘멋을 아는 노회찬’을, 한윤영은 ‘젊은 노회찬’을, 홍세화는 그지없이 ‘진지한 노회찬’와 마주한다.

간혹 대담자들이 노회찬보다 더 많은 말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서로 독백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예기치 않은 발견과 공감 혹은 예감으로 이끌어간다.


물론 때로 작은 엇나감이 있기도 하다. 본래 의도한 악보에 어긋나는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하고, 활이 첼로 줄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가령 김어준은 노회찬의 성생활 이력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만, 그가 원하는 답은 결국 나오지 않는다. 이것과는 결이 다르지만, 미국 금융위기의 세계사적 의미를 묻는 홍기빈의 물음에 노회찬은 약간 동문서답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엇나감조차 이 대화의 흐름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들린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합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쟁쟁한 대담자들은 결코 반주자들이 아니다. 때로는 노회찬보다 더 격정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노회찬 홀로 이야기할 때에는 기대할 수 없었을 깊은 고민과 밝은 트임의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말하자면, 이들은 첼로 켜는 노회찬보다 더 능숙하게 노회찬을 켠다. 이를 통해 ‘진보의 재탄생’이라는 8악장의 즉흥곡을 버무려낸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의 시간을 아깝지 않게 할 가치를 획득한다. 또한 이런 합주의 미덕은 애초에 ‘진보의 재탄생’이 본래 그래야 할 ‘만남’과 ‘대화’의 과정을 상기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진보가 재탄생해야 할 지점들의 아픈 확인

허나 그렇다고 평소에 전혀 들어보지 못한 대안이 선포되고 있다거나 비책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아니다. 대화의 8할은 오히려 고민의 토로다. 대담자들은 아픈 질문, 가령 2004년에 그토록 많은 기대를 받은 진보정당이 그 후 4년 동안 해낸 게 뭐였느냐 같은 신랄한 질문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노회찬은 답변을 회피하지 않는다. 시원스럽지는 않아도 솔직함은 묻어난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다. 노회찬은 이것이 한국 사회가, 그리고 진보 세력이 돌파해야 할 핵심 문제임을 반복해 강조한다. 그러면서 허경영 식의 ‘씨원한’ 이야기는 아니어도 분명 체험과 고민에 바탕한 각오와 다짐들을 토로한다.


“예를 들면 지금 제가 모색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인데요. 우리가 비정규직 철폐만 외쳐서 되겠느냐.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 가지고 공방 벌어질 때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죠.

사실 저는 해보고 싶은 게 지역에 비정규직 센터를 세우고, 집집마다 초인종 누르면서 혹시 이 집에 비정규직 있습니까, 하고 탐문하는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시작해서 비정규직과 관련해서 우리 옆에 가까이 뭔가 기댈 데가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고 함께 부딪혀 가는 과정을 만들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관념 속의 길이 아니라 생활 속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402-403쪽)


교육과 주택 문제도 그만큼 반복적으로 다뤄진다. 그러면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2008년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일이다. 노회찬에게는 참 아픈 기억일텐데, 그는 스스로 그 패배 속에서 미래의 과제들을 읽어내려 한다.

고민의 영역을 새로이 넓혀 ‘진보의 재탄생’에 기여하려는 적극적 면모도 보인다. 요즘 노 대표가 앞장서서 유행의 물결을 고조시키고 있는 스마트폰, 트위터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그렇다. 그는 이것이 단지 새로운 대중 접촉면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산업정책의 고민과도 이어져 있음을 밝힌다.

최근 뜨거운 화제인 진보정당 통합 문제, 반MB연대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 기자회견이나 성명문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었던 보다 솔직한 생각과 견해들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대목은 이 책이 노회찬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진보 쪽 독자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가령 이런 문구들이다.

“두 당이 과거처럼 합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여전히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민노당과의 통합은 명백히 과거회귀 형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상당 부분은 선거연합이라는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제기되는 것들이고요. (중략)
분당 자체가 아름답다고 할 수 없지만, 저는 분당까지도 감수했던 문제의식은 여전히 살아있고, 살아있어야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성숙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향후의 전망과 계획은 민주노동당과 재통합에 있다기보다는 제대로 된 진보정당 창당에 맞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415쪽)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 책, 『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이 독자들이 대화자의 한 명으로 끼어들기에 아깝지 않은 대화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 시대의 대중적인 진보 정치인을 꿈꾸며

대담자 중 한 명인 김정진은 대화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운형 그리고 조봉암 사후 수십 년 만에 진보정당은 간신히 노회찬 같은 인물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 종착지가 어디일지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진의 이 말은 노회찬을 바라보는 그의 동지나 지지자들의 시선을 더 없이 잘 드러내준다. 근대 민주주의 200년 역사에서 사표가 될만한 정치가를 찾기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뛰어난 진보 좌파 정치가를 찾는 것은 더 힘들다. 그만큼 그 시대에 필요한, 그것도 ‘변화’의 입장에 선 유능한 정치가를 배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노회찬은 지금 적어도 그 유력한 후보자다. 그는 첼로를 연주할 줄 알면서 또한 색소폰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진보신당의 좌표, 공식적인 노선은 여전히 사회주의적 경향에 있다고,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394쪽)하면서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먼 미래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프랙티컬 유토피아’ 즉 실천 가능한 유토피아”라는 걸 고민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이 다채로움이 대중 정치의 차원에서 구현되기를 고대한다. 이 기대의 한 가운데에 그가 있다. 과연 그가 이 기대에 값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라는 혹독한 시험대, 그 속에서 진보정당에게 가해지는 야당 연대의 압박, 이런 것들을 그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그래서 마침내 진보정당운동의 재탄생의 기회를 여는 진보 정치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진행 중이다. 뭐라 하든, 지금으로서는 예단일 뿐이다. 그저 바라보고 함께 할 밖에.

천만 오케스트라

다만 나는 마지막으로 몇 달 전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고자 한다. <솔로이스트>라는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미친 거리의 악사는 첼로 연주자다. 그는 시끄러운 로스앤젤레스 거리에서 첼로를, 그것도 베토벤의 곡만을 연주한다.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그가 시끄럽기 이를 데 없는 고가도로 밑에서 베토벤의 후기 현악4중주 첼로 파트를 연주하는 대목이다. 현악4중주 15번, 작품번호 132번의 제3악장 ‘몰토 아다지오’, 일명 ‘병에서 치유된 자가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찬가’.

소음 속에서 첼로 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점차 그 음이 다른 음향들을 압도하며, 우리는 그 뜻밖의 음악에 빠져든다. 그 순간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시민이 되어 거리에 멈춰 선다. 서로를, 이제와는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비로소 이 거리의 타인들이 또 다른 꿈꾸는 자들이었음을 깨닫는다. 피곤한 도시의 공간은 돌연 인간의 지대로 깨어난다.

나는 영화의 기억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노회찬이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이야기한 공약 중의 하나인 ‘천만 오케스트라’를 떠올린다. 그는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영화 속의 그 기적과 같은 예기치 않은 순간이 우리의 회색 도시에도 반복되는 일은 과연 가능할까? 도대체 ‘정치’가 그런 순간을 여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8인의 논객만이 아니라 이제 천만 시민이 켜는 노회찬을 그려본다. 오천만이 켜는 진보정당을 꿈꿔본다.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비추고 그것을 다시 더 찬란한 빛깔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옛적 한강물 같은 정치를 감히 상상해본다.

힘내라, 노회찬! 당신의 ‘천만 오케스트라’는, 정말, 실현되어야만 한다.


※ 위 서평은 '레디앙'에 실렸습니다. 레디앙 바로가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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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16:28 2010/02/1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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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재탄생> 서문

2010/02/13 01:40
<진보의 재탄생> 여는글
우리들의 겨울은 따뜻했다

'다시, 꿈꾸기 위하여'

 



1.


눈이 유난히 많이 내린 겨울이었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묻혀버린 2009년의 시간 속엔 참 아픈 기억들이 많이 남겨져 있다. 영하(零下)의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나는 사람들의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것은 사람들이 이제 꿈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가 많이 떠오르던 시간들이었다. 이 노장 감독은 불합리한 세계와 싸우는 일에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영화는 빵을 얻기 위해 국경을 넘어 미국의 호화호텔에서 잡일을 하며 살아가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빵을 얻기 위해 하루 온종일 일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은 얼마나 지긋지긋한가. 그래도 이 여성은 장미(아름답고 우아한 삶)에 대한 꿈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두 차례의 민주정부 10년. 그것을 되돌아볼 때마다 더없이 참담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이 시기가 바로 우리가 빵을 얻기 위해 서둘러 장미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던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10년이 지나자마자 우리들의 꿈은 종결되었다.






2.


그러나 꿈의 본질적인 속성은 역설에 있다. 그것은 현실에 대한 판단이 멈춘 지점에서부터 시작되는 어떤 운동이다. 그것은 어둠을 만났을 때 더 빛나는 성격을 갖고 있다. 꿈은 현실을 토대로 생겨나지만, 생겨나는 순간부터 운동을 멈추는 법이 없어 전혀 비현실적인 무엇인가를 현실로 만들어버린다.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중 상당수는 한때 많은 사람들에게는 단지 꿈이었을 뿐이다. 달나라에 가는 우주선이 그러하고,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전화기도 그렇다. 물론 과학기술의 영역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조선에서 독립은 모든 이들의 꿈이었지만 그것이 조만간 현실로 도래할 것이라 확신한 사람은 얼마나 되었을까? 그러나 상당기간 불가능해보였던 그 꿈은 어느 날 갑자기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1979년 10월 27일 새벽, 누군가 깨워 일어났을 때 하숙집 주인은 방금 라디오에서 들었다며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소주를 꺼내와 따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식탁에서 말없이 연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군사쿠데타로 시작하여 18년간 독재를 일삼은 대통령이 암살당했는데도, 드디어 민주주의가 시작된다는 확신은 서지 않았다. 1980년 초입, ‘서울의 봄’이 왔을 때도 봄은 짧게 끝나고 다시 겨울이 닥치리라는 예감이 더 많았다. 광주가 유혈진압 당하자 나는 내 인생의 대부분은 겨울의 연속일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노동일을 마치고 밤 12시가 지나서 인적이 드문 인천 송림동 좁은 골목길을 조심스레 누비며 전두환 군사독재 타도하자는 유인물을 집집마다 넣을 때에도 독재의 끝이 그리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러나 결국 그날은 왔다. 1987년 6월에.


근로자 대신노동자라 부르면 의혹의 눈초리로 다시 쳐다보고, 안기부는 물론 보안사까지 동원하여 노동조합을 사찰하고, 붙잡혀 가면 고문 때문에 24시간을 버티기가 힘들던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자주적으로 이를 운영하게 될 날은 내 평생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한 것도 평생 암흑세계에서 노동운동을 하게 되리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1987년 7월과 8월 두 달 동안 천5백 건이 넘는 파업이 발생하고, 1천여 개의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세계노동운동사상 유례없는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 나는 나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을 살아생전에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1992년 감옥에서 나와 진보정당건설의 길로 나섰을 때, 나는 꿈에서 깨서 현실을 직시하라는 충고를 수없이 들어야 했다. 정치를 하려면 될법한 정당에서 해야지 존립여부도 불확실한 당에서 무슨 전망이 있느냐는 걱정도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김대중 정부를 세우는 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들어야 했다.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진보정당운동이 다 닳은 촛불처럼 꺼져 갈 때 힘겹게 이 꿈의 대열을 지켜온 벗들도 하나 둘씩 미몽에서 현실로 돌아갔다.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라는 노래가사는 나 자신의 처지를 노래하는 것 같아 부를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그래서인가 고난의 행군을 거쳐 2000년 1월 어렵사리 진보정당을 창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 인생에 해야 할 일의 대부분을 다해낸 것 같았다. 말로는 조만간 두 자리 수의 원내 의석을 확보하게 되리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내심 그 일은 우리 몫이 아니라 한참 나중에 후배들의 어깨에 놓여질 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꿈같은 일조차 창당 4년 만에 10석의 의석으로, 현실로 나타났다.

 



3.

나는 다시 꿈을 꾼다. 대학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 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토머스 모어는 고작 하루 노동시간을 여섯 시간으로 줄여놓고 그 섬을 존재하지 않는 섬, 유토피아라 불렀지만 나는 그보다 더 거창한 꿈을 꾸지만 단지 꿈이라 여기지 않고 있다.
 

물론 아직 이 꿈은 꿈일 뿐이다. 암울한 현실이 깊어지면서, 꿈은 더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창당 4년만에 기적처럼 20%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불과 3년만인 지난 대선에서 3%로의 추락을 겪어야만 했다. 이 일이 불씨가 되어 당이 두 동강 나고, 두 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2004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진보가 ‘진부한’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고통받는 서민들은 아직 우리를 자신의 벗으로 인정하길 꺼려하고 있다.
 

진보정치의 실현이 왜 이리 더디게 진척되느냐며 안타까워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심지어는 진보정당이 출현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이 정도 성적표면 더 해볼 것도 없지 않겠냐는 얘기도 들린다. 진보정당은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힘드니 계획을 바꿔 다른 배로 갈아타고 항해를 계속하자는 노선변경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까지 적지 않은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든 꿈이 현실로 될 것이라 말할 순 없다. 진보정당의 꿈을 놓지 못하는 것은 현실가능성이 크기 때문도 아니고, 그 꿈이 너무 아름다워 포기하기가 어렵기 때문도 아니다. 그 꿈 이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현실은 아직도 척박하다. 한국 정치의 이념 지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춰 한참 우경화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선 중도라고 치부하기도 어려운 보수정당이 개혁을 넘어서 진보를 자칭하고, 더 오른쪽에 있는 라이벌로부터 좌파로 매도되기도 한다. 정상적인 국가에선 극우로 불릴만한 세력들이 뉴라이트를 자처해도 통용된다. 스웨덴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내건 공약보다도 별로 나을 것 없는 정강정책을 가진 진보정당은 꼴통좌파로 비난 받기도 한다.


 
 

그러나 진보가 별 것이던가? 구석기 시대에 돌을 깎고 갈아서 연장으로 쓰면 그것이 진보 아니었던가? 신분계급이 엄격했던 고려중기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냐며 계급을 타파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 했던 만적의 꿈이 바로 진보 아니었나? 많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민주화시대의 한국 정치에서도 진보와 보수는 경제문제, 즉 먹고 살아가는 사회체제의 노선문제로 서로 나뉘어질 수밖에 없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우선시 하느냐, 다수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개선을 우선시 하느냐에 따라 일자리, 교육, 의료, 주거정책이 판이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용산참사는 서울 경찰정장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강경보수와 온건보수가 양당체제를 이루며 수십 년 대립하면서 주거정책이 그 둘의 중간 어디쯤에서 결정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였다.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비정규직이 많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것도 노동시장정책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라 나쁜 보수와 덜 나쁜 보수 사이에서 결정되어온 탓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경제를 바꾸는 것은 정치를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사회 양극화를 획기적으로 줄여내고 보편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 중심체제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지 오래된 사실이다. 왜 진보정당인가? 왜 진보정당의 꿈은 실현되어야만 하는가? 그 답은 이미 많은 현실로 입증되었지 않은가.



 
4 .

그렇다면 진보신당, 혹은 민주노동당이 정답인가? 이들이 대안인가? 이 둘을 합하면 대안이 될 수 있나? 오늘 진보정당들의 현 위치는 외부로부터 강제되었다기보다 우리들 스스로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땅의 진보는 아직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잘못된 거울을 바꾸는 길밖에 없다고 믿는 경우도 많다. 제대로 자신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진보세력들을 두 눈 시퍼렇게 뜬 채 바라보고 있는 국민을 향해 국민이 깨어나야 진보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판을 갈아야 한다. 강경 보수와 온건 보수가 한편으론 대립하며 다른 한편 의존하는 ‘적대적 의존관계’를 타파해야 한다. 희망이 멀고 절망이 가까운 현실의 암울한 상황 때문에 판을 갈기 위한 중장기적인 안목과 노력보다도 일회의 승부로 상황을 급변시키려는 투기적 발상, 어느 틈에 낡은 배를 새 배라고 우기는 포장술이 난무한다. 3김이 물러난 지가 언제인데 3김이 만든 정당들이 3김의 토대였던 지역패권을 기득권처럼 누리면서 정치를 독과점 하는 낡은 카르텔을 이제는 해체해야 한다. 이 낡은 카르텔을 묵인하고 그 속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시대착오적인 낡은 정치지형을 온존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고, 우리의 꿈과 희망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판은 저절로 갈아지지 않는다. 누가 대신 갈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판을 가는 것은 진보가 스스로의 힘으로 커질 때에만 가능하다.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진보가 정당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이 참을 수 없는 세상에 저항할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진보정치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재구성해야 한다.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국민들에게 약속할 정강과 정책, 같은 목표 하에 모인 다양한 세력들이 공존할 수 있는 법칙을 다시 구성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낡은 잔재와 과감하게 결별하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 동시에 세력도 재구성해야 한다. 현존하는 정당세력만으로는 ‘운동권 동창회’를 탈피하기 어렵다. 대중정당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외연을 더 확장해야 하며, 시민사회와 전문가집단의 대대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약간의 기득권이라도 있다면 그것부터 버려야 한다.




진보정당의 집권을 꿈꾸며 진보정치의 대장정에 나선지 20년이 되었다. 정당이라는 베이스 캠프를 마련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베이스 캠프를 떠나 현재의 위치로 오는 데 다시 10년이 걸렸다. 최종목표인 정상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다. 그러나 진보의 꿈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다. 함께 꿈을 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꿈은 현실이 된다.




 
5.

이 책은 한겨울에 진보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진보를 고뇌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써내려간 우리들의 고백서이다. 거울에 비친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며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차마 자신에게 묻기도 두려운 질문을 자신과 똑같은 상대에게 물으며 꿈을 실현하는 길을 찾으려 몸부린친 흔적이기도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취조하듯 대화 나누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 만남이 있으므로, 우리들의 겨울은 더없이 따뜻했다.


 


대담자의 한사람으로서, 어려운 시간을 내어 대담에 응해주신 홍세화, 진중권, 홍기빈, 김어준, 변영주, 김정진, 한윤형, 그리고 우정 어린 글을 써주신 우석훈, 이 여덟 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추운 겨울 만남의 자리에 찾아와 사진으로 대화를 보완해 준 이상엽 작가에게도 같은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나누고 싶다. 이뤄지기 힘든 이 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는 데 애써 준 문부식 형과, 꾸리에북스 강경미 대표의 배려와 노고에도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나오게 된 것은 여전히 아픈 가슴과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간직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진보의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꿈이 현실로 되길 바라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 그리고 감히 다짐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2010년 1월, 서울에서
노회찬







'진보의 재탄생'
노회찬, 진중권, 김어준
홍세화, 변영주, 홍기빈
김정진, 한윤형, 우석훈

※ 인터넷 서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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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3 01:40 2010/02/13 01:40
  1. jules
    2010/02/13 00:12
    여는 글을 읽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엄혹한 요즘의 정치 상황에서도
    '여전히 아픈 가슴과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간직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진보의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믿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화이팅입니다. :)
  2. David
    2010/02/13 18:42
    오랜 세월, 청년시절 간직했던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님에게
    무한한 경의와 부러움을 표합니다

    그 꿈을 꾸고 기억하고 간직할 뿐 아니라
    결국 현실로 이루어내는 복을 누리소서

    LA에서 씁니다
  3. 북악산
    2010/02/16 14:27
    선언하는 진보가 아니라 소통하는 진보
    당위로서의 진보가 이날 현실로서의 진보
    자족적인 진보가 아니라 인민에게 도움이 되는 진보..

    이것을 위해 정말 진보는 진보되어야 합니다.
    제가 노의원님을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건승하십시오
  4. Leedo
    2010/02/16 17:15
    좋네요
    책 사야 겠습니다.
  5. 비밀방문자
    2010/02/17 14:14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6. vonchio
    2010/02/17 15:52
    서점으로 고고씽.....출판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새해에는 꼭 바라는바 성취하시길
  7. 태양질풍
    2010/02/19 10:54
    열어가는글만읽고요새진보정당에현실과괴리땜시참고민하게만들었는데한편으론노대표님을비롯한열성분자들만에공상이요또다른사회적성공을위한방법으로써진보운동을한다고생갓했는데제가고민하며샹각했던것부분들이오픈글서볼수있어좋았고역쉬내선택운틀리지않았음를보여준글이였습니다!^^
  8. 쏘쿨엉아
    2010/02/22 13:53
    한동안 놓고 있던 책을 간만에 다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읽었습니다.
    대표님의 소통을 원하는 그 마음이 깊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주위의 지인들에게도 꼭 추천해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노회찬 대표님의 건승을 빌며, 응원하겠습니다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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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논객, 진보의 미래를 묻다

진중권, 김어준, 홍세화, 홍기빈, 김정진, 변영주, 한윤형, 우석훈….
대한민국 대표 논객으로 꼽히는 사람들이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를 취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이들 8명은 날카롭게 몰아치기도 하고 때론 부드럽게 구슬리기도 하면서 노회찬 대표에게 대한민국 사회를 어쩔 것이냐고 묻습니다. '말빨'로 어디 가서 밀릴 것 없다고 자부하는 노회찬 대표입니다만 이 8명의 인정사정 없는 질타와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비명을 지릅니다. "이거는 인터뷰가 아니라 취조지 취조."

바로 이 모든 취조 현장이 따끈따끈한 신간 '진보의 재탄생 : 논객들, 노회찬에게 묻다(서점 링크)'에 낱낱이 공개됩니다.




용산참사의 희생자 장례식이 치뤄진 지 채 한달도 못되서 서울시는 또다시 옥인동 시민아파트에 대한 강제철거를 진행했습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소중한 자연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서민들은 '뉴타운'을 위해 쫓겨나고 있죠.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의 현실 속에 사람들은 점점 말과 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직 하나의 꿈만 쫓고 있죠.

"노원구에 로또 1등 복권이 제일 많이 나온 가게가 있어요. 현역 경찰이 정복 입고 밖에 순찰차 세워두고 들어와서 로또 하고 있어요. 간판에 "로또만이 방법이다" 이렇게 쓰여 있어요. 뼈아픈 얘긴데 저는 우리 사회가 복권사회다, 달리 삶의 질을 높이거나 생존을 담보할 길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마치 복권에 기대하는 사람들처럼 살아간다는 거죠."
- 노회찬, 289쪽

우리는 정글 같은,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한국 사회에 하이킥을 날려줄 '선수'가 나타나길 바랍니다. 노회찬 대표가 그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첫 대담자로 나선 딴지총수 김어준씨는 시작부터 노회찬 대표에게 맹타를 날립니다.

"홍정욱. 노원병이었죠, 지역구가? 홍정욱이 이겼잖아요, 씨발. 그게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이잖아요. 평생 노동운동하시고 스타 정치인이셨고, 이쪽 진영에서는 유일한 최초의 스타 정치인이셨고, 대중적 인기도 굉장히 높고, 더구나 그쪽이 서민 거주지역이잖아요. … 그런데 홍정욱은 귀족이란 말이죠. 생긴 것도 그렇고, 실제 배경도 그렇고, 공부한 것도 그렇고. … 그런데 걔가 빵 나타났어요. 걔는 순전히 이미지 전쟁에서 이긴 거죠. 걔야말로 스포츠카를 타고 선글라스를 끼고 멋진 양복을 입는 것이 어울리는. 이를테면 아이들이 내가 성공하면 저렇게 되고 싶다는 롤모델에 가까운 친군데, 정반대에 있는 친군데, 맞붙어서 졌어요. 평생 노력해서 쌓은 것과 그 친구가 한 방에 이미지로 쌓은게 졌단 말이죠."
- 김어준, 106쪽

이 책이 여느 정치인들의 책과 다른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주례사 하듯 칭찬과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지 않는 것이죠. 대담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진보적 지식인의 대표로 꼽히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정치인인 노회찬 대표를 향해 뼈를 깎는 충고와 비판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노회찬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대담자로 참여한 8명이 8가지 색 진보에 대해 말하는 책이기도 합니다.딴지총수와 변영주 감독은 세련되고, 멋져 보이는, 따라하고 싶은 진보가 되길, 개방적이고 편협하지 않은 진보가 되길 요구합니다. 진중권씨는 '너희들이 뭐하는 세력이냐'라는 물음에 5분안에 직관적인 대답을 줄 수 있는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0대 논객 한윤형은 '정치인 노회찬'이 'IT덕후'가 되는게 어떨까 하는 제안도 늘어놓습니다.

분명 진보의 모습이 하나의 색만은 아닐 것입니다. 서로 다른 색들이 모여 어우러지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무지개 같은 것이 진보의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진보의 재탄생'은 8색조 같은 모습으로 새로운 진보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갑니다.

"나는 다시 꿈을 꾼다. 대학서열과 학력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 노회찬, 7쪽

이 책과 함께 노회찬의 꿈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노회찬과 8인의 진보 논객  왼쪽부터 홍세화, 한윤형, 변영주, 진중권, 노회찬, 우석훈, 김정진, 김어준, 홍기빈. 뒷편엔 누구? [이미지=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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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18:41 2010/02/10 18:41
  1. billig ed hardy bekleidung
    2010/07/13 17:47
    왼쪽부터 홍세화, 한윤형, 변영주, 진중권, 노회찬, 우석훈, 김정http://www.edhardykleidungverkaufen.com/진, 김어준, 홍기빈. 뒷편엔 누구? [이미지=꾸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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