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선거연합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것이 민주대연합이든 진보대연합이든 말이죠. 선거연합이라는 말이 정치의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아마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선거연합의 논의도 좀 달라지게 될 것 같습니다.
선거연합이 2008년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의 정치지형을 지배하고 있는 말이라면(그리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본다면) 무상급식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부각되는 단어입니다. 작년 경기도의회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의제였습니다. 이것이 지방선거 시즌을 맞아 꾸준히 부상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정책이슈가 어느정도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습니다. 진보신당, 민노당,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채택했지요.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심을 질타하며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예전 포스팅(링크)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2006년 지방선거의 화두가 뉴타운이었다면, 2010년의 화두는 무상급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돈)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며 무상급식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나라당도 1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각 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전면 무상급식은 결과적으로 반서민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사실상 당론을 결정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마저 무상급식을 반대했지요. 무상급식 문제를 의제화했던 진보신당으로서는 이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오오 조선일보 오오..
그러나 여기서는 진보신당이나 민주당의 입장이 아닌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무상급식 문제를 검토해 보고자 합니다. 이 글을 쓰게된 동기는 대체 한나라당은 무슨 이유로 무상급식을 반대하는지에 대한 순수한 의문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죠.

우리는 타인의 입장을 진지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http://www.hannara.or.kr/)에 가보면 무상급식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해진 대변인은 2월 19일(금) 주요당직자회의 비공개부분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전략...)
-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혈안이 된 무상급식문제에 관한 의견교환이 조금 있었다. 민주당에서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전면도입을 주장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각 학부모와 학생가정의 경제적 형편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전면무상급식은 결과적으로 반서민적인 결과가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급식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서민들, 또 중산층 가운데 어려운 가정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지원이 되어야하는데, 형편이 넉넉하고 급식지원을 받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력으로 급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가정,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까지도 재정지원을 통해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 무차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비판해온 측면에서 보면 부자급식이 되지 않느냐. 어려운 중산층이나 어려운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지원이 전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부유한 가정들에게 돌아가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서민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민주당의 주장 같은 무차별적인 무상급식보다는 여유가 있는 가정, 부유한 가정은 스스로 급식문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서민이나 중산층 가정들 자녀들을 돕는데 급식을 비롯해 여러 가지 교육여건이나 환경을 도와주는데 투자하는 것이 진정으로 친서민정책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2010. 2. 19
한 나 라 당 대 변 인 실
사실 어떤 형태로든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할 것이라는 것은 정서적으로 유추할수 있는 부분입니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어떤 논리를 끌어다 쓸 것이냐의 문제겠지요.
한나라당의 주장은 두가지로 정리됩니다.
1. 모두에게 급식을 주면 부자에게도 주게 된다.
2. 이렇게 낭비되는 자원은 차라리 빈곤층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이 좋다.
2. 이렇게 낭비되는 자원은 차라리 빈곤층 지원금으로 쓰이는 것이 좋다.
저는 한나라당의 이런 주장이 말도 안되는 소리, 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나라당에서 생각하는 사회운영의 철학, 복지에 대한 관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것은 잔여적 복지(residualwelfare) 혹은 시혜적 복지로 개념화할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는 크게 잔여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나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선 이태수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복지 철학을 알 수가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잔여적 복지, 나쁘게 말하면 동냥인 셈이지요.
보편적 복지는 중간층, 부유층에게도 복지의 혜택이 간다는 점에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을 것 입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가 강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복지는 크게 잔여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나뉘게 됩니다. 이에 대해선 이태수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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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적 복지의 핵심 이념은, 누군가 불행에 빠졌을 때 ‘그 불행의 책임은 당신에게 있으나 보기에 안타깝고 사회적 부작용도 있으니, 국가·사회가 최소한의 구제를 해주겠다’는 것이다(그래서 복지 혜택이 빈곤·소외층에게 집중된다). 이에 반해 보편적 복지는, 불행은 개인의 책임이라기보다 사회의 구조적 한계라고 본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빈곤층뿐 아니라 중산층 이상 계층(국민 대다수)에까지 복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고통과 갈등을 미리 막겠다는 것이 보편적 복지의 핵심 사상이다. 누구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되고,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사회의 책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는 한국 사회에서 매우 생경한 이념이다. “왜 멀쩡한 사람에게까지 국가가 귀한 재정을 쏟아 부어야 하나? 차라리 가난한 사람에게 곱빼기로 주지.” 이런 논리가 정책 입안자는 물론이고 수혜자인 일반 시민들에게도 깔려 있다.(인터뷰 출처 시사인, 링크) |
바로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의 복지 철학을 알 수가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잔여적 복지, 나쁘게 말하면 동냥인 셈이지요.
보편적 복지는 중간층, 부유층에게도 복지의 혜택이 간다는 점에서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을 것 입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가 강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세금을 내는 사람도 평등하게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
2.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닌 기본권이라는 점.(즉 부자도 국민이므로)
3. 모든 국민은 평등하므로
2.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닌 기본권이라는 점.(즉 부자도 국민이므로)
3. 모든 국민은 평등하므로
간단히 말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편가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국민으로 바라보고 복지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때 복지는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로 개념이 바뀌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보편적 복지가 국민통합을 이끌어낸다는 점을 고민 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끊임없는 구별짓기를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의식주는 물론, 외모와 말투까지도 부유층과 서민은 모세 앞의 홍해처럼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국가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하나"라는 대중적 정서가 없다면 그 나라는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보수주의 정치인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영국은 두 개의 국민(Two Nations)으로 나뉘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영국은 "서로 간에 교제도 교감도 없는 사람들로 나누어진 "두 개의 국민". 마치 서로 다른 지대의 거주자이거나 서로 다른 혹성의 주인인 것처럼, 상대편의 습관, 생각 및 감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서로 다른 양육 과정을 거쳐 자라나고, 서로 다른 음식을 먹고, 서로 다른 풍습에 규제를 받으며 서로 다른 법률로 통치받는 사람들"로 나뉘어 있다는 것이죠.

벤자민 디즈레일리 (Benjamin Disraeli 1804-1881) 빅토리아기 토리의 기수
산업화 초기의 영국의 빈부격차와 사회문제는 심각했습니다. 디즈레일리는 노동자의 생활조건 개선을 위해 많은 것을 개혁해 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에게 선거권을 주었으며 노동조건·공장환경·공중보건·공공교육 등에 걸친 사회개혁입법도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자산가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적 자선뿐만 아니라, 국가를 통해 그 책임을 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불리는 영국 복지 시스템은 좌파가 아니라 우파에 의해 시작된 것입니다.('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표되는 1950년대의 전후 사회복지 역시 노동당 애틀리 내각이 시작한 사회복지를 51년 정권을 넘겨받은 처칠의 보수당 내각이 사회복지를 축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확충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그렇다고 하여 한나라당이 "당론"대로 빈곤층의 무상급식은 제대로 하고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잘 나타나지만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빈곤층 급식 예산을 줄여왔습니다. 경기도에서는 한나라당 도의원들에 의해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강행 처리 하기도 했었죠.
19일 곽정숙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급식지원을 받은 아동은 지난 여름방학 54만5636명에서 겨울방학에 47만6444명으로 6만9192명이나 줄었습니다. 또 올해(2010년)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아 어렵게 확보됐습니다. (서울시, 재정자립도 1등 무상급식 예산은 0원)
최근 출간되어 화제가 된 책 <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에서 보면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부유층이라는 세간의 상식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지지층을 배반하는 정책을 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나라당은 가난한 이들에게 주는 급식은 허용해도(적어도 말로는) 부자에게는 급식을 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일까요?

추론입니다만 급식 수준의 식사를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국민 모두가 먹을 수 있는 식사가 제공되지만 또 다른 국민(Two Nations)들께서는 미천한 사람들과 같은 끼니를 할 수는 없겠죠. 한국의 지배층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교양과 수준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하루입니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천벌 받는다고 다그치시던 할머니 말씀이 떠오릅니다.

옛부터 밥은 하늘이라 했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