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사필귀정’ 판결들
오늘(20일) 법원이 MBC 방송의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저 당연한 판결인데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이번 판결로 PD수첩 사건은 검찰의 대표적 ‘삽질’로 기록되겠죠. 검찰은 떡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삽질도 매우 좋아하나봅니다.
| ▲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수첩 조능희 책임PD 등 제작진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5명 전원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 ⓒ 유성호 | |
이참에 최근 잇따른 검찰과 정부의 삽질을 알아볼까요?
○ 내 맘대로 자르면 자신이 잘릴 수도
법원은 지난해 8월 18일 회사에 180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KBS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수사 시작부터 무리한 정부의 KBS 장악을 위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결국 법원에 의해 검찰의 삽질이 입증된 사건입니다.
정연주 전 KBS사장ⓒ 민중의소리
KBS 장악을 위한 노력은 검찰만 한 게 아니었죠. 방통위의 삽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방통위는 KBS 이사회 장악을 위해 신태섭 전 이사를 2008년 6월 해임했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6월 26일 방통위의 신 이사 해임은 ‘위법한 처분’이라며 무효라고 판결을 내렸죠. 검찰의 표적수사와 정부의 ‘내 맘대로 해고’ 관행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었습니다.
신태섭 전 KBS 이사 ⓒ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그래도 여전히 소통불통인 현 정부와 검찰은 표적수사와 ‘내 맘대로 해고’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도저히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가 봅니다.
특히 유인촌씨가 장관으로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표적인 코드 인사로 유명하죠. 문광부는 2008년 12월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사전 통지나 의견 제출, 소명 기회 등도 주지 않고 전격 해임했었습니다. 결국 작년 12월 16일 서울행정법원은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문광부의 해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문광부의 해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 자르기 좋아하는 정부와 검찰. 이러다 국민에게 해고당하기 십상이죠.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 전교조를 왜 그렇게 싫어하니?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무리한 징계와 수사가 잇따라 철퇴를 맞아 추운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날에는 일제고사를 반대하고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밝혔다가 해임된 7명의 선생님의 해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19일에는 시국선언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선생님들에게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교육청과 검찰이 나란히 망신을 당한 것입니다.
ⓒ 민중의소리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국민의 튼실한 친구이자 일꾼인 공무원 노동자들에 대한 검찰의 탄압도 연이어 물먹었죠. 노명우 전공노 정책위원장은 지난해 9월 진행된 공무원노조 통합 조합원 투표를 감시하던 행정안전부 직원과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었습니다. 검찰은 이를 이유로 노 연구원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죠. 그러나 상식을 가진 법원은 이 어이없는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가볍게 기각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2008년 10월 ‘공무원연금제도 개선 공청회’에서 의견을 밝힌 공무원 노동자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다행히 법원은 “토론회에서 배제된 전공노 조합원들이 이해 당사자로서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au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공무원노조
노명우 정책위원장(가운데) ⓒ 석희열
○ ‘의리’의 검찰
지난 15일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이 공개됐습니다. 1심 재판부가 수사기록 공개를 명령했지만 검찰은 막무가내로 법을 어겨가며 공개를 거부했죠. 하지만 결국 항소심에서 법원으로 넘어온 수사기록을 공개한 것이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경찰의 무리한 진압사실을 수사기록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제는 게편이라고 했나요.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아옹다옹 다투던 검찰과 경찰이었습니다만 서로의 잘못을 감춰주려고 그토록 애썼으니 그야말로 눈물 나는 ‘의리’입니다.
ⓒ 대구참여연대
검찰의 의리는 삼성 ‘떡값 검사들’ 무혐의 처리에서 더 눈부시게 빛났죠. 잘못을 한 사람들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무혐의 처리하고 이들 불법을 저지른 검사를 공개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명예훼손’ 죄로 기소했었습니다. 작년 12월 4일 법원은 “합리성과 이성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삼성이 녹취록 내용대로 검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했을 것이라고 강한 추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이 비서실장과 홍석현 회장을 전혀 수사하지 않는 등, 녹취록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검찰을 질타했죠. 우리 검사님들 떡 너무 좋아하시면 체하는 수가 생깁니다.

법 만드는 국회도 법은 잘 모르나 봅니다. 작년 1월 5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호 본회의장 앞에 붙여놓은 ‘MB악법 저지’ 현수막을 떼어낸 것에 항의하며 국회의장실 문을 발로 찼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었습니다. 이에 대해 15일 법원은 “국회의장이 발동한 질서유지권은 국회 회의 진행과 관계없는 때나 장소에서 적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죠.

아직도 남아있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과 독립성이 권력으로부터 훼손당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주셔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