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아직 두 덩이의 매생이가 있습니다"


오늘의 요리는 매생이굴국입니다. 며칠 전 아내가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을 때 아내에게 끓여 바치기로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아니더라도 매생이굴국은 2월이 다 가기 전에 꼭 한번은 먹어 보아야 할 겨울철 별미입니다. 매생이 굴국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재료가 간단하고 음식 만들기가 매우 쉽다는 점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무공해 자연식품이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을 잔뜩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생이굴국 재료부터 들여다 볼까요.

진짜 간단하죠. 주재료는 매생이, 부재료는 굴과 무우, 간은 새우젓으로 합니다. 무우는 두께로 3cm 정도만 있어도 됩니다.

저는 매생이 굴국을 만들 때 최대한 원래의 맛을 살리기 위해 파와 마늘을 넣지 않았습니다.

마치 참빛으로 빗은 여인의 쪽진 머리처럼 생겼죠. 이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매생이입니다. 매생이는 칼로리가 낮고 칼륨 마그네슘 철분 등 미네랄 성분이 많아 여성과 아이들에게 특히 좋습니다. 생긴 것은 파래 비슷한데 파래보다 훨씬 가늘고 부드럽습니다. 예전에는 남도 해안가에서 겨울철에만 먹는 음식이었는데 요즘엔 냉동도 하고 말리기도 해서 사시사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철에 건진 햇매생이가 맛과 향이 우수합니다. 가끔 동네슈퍼에도 매생이가 들어옵니다. 그럴 땐 무조건 사야 합니다. 기다리기 힘든 분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혹은 현산어보)에는 매생이를 매산태(莓山苔)라 부르면서 정교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문기 선생 번역본을 인용하자면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다.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럽고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조선시대에도 매생이국을 끓여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생이는 최소한 세 번은 씻어야 합니다. 소금물에 한 번 씻고 흐르는 물에 두 번 씻습니다.

매생이는 양식하지 않습니다. 추운 겨울 바다 바람을 맞아가면서 어민들이 채취한 정성을 생각하면 귀한 물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씻을 때도 정성을 다합니다. 매생이를 씻으면서 매생이 아닌 것을 골라냅니다. 저는 손으로 합니다만 처음 하시는 분들은 젓가락으로 해도 편합니다. 매생이 아닌 부분도 다 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골라내지 않고 그냥 끓여 드셔도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 머리 감기듯 다 씻은 후에는 물기가 거의 없게 꽉 짜줍니다.

다음은 굴입니다. 굴은 바다의 우유라고 부르는 소중한 식품입니다. 고금동서 전세계가 애용하는 식품입니다. 우리나라 남해안 통영 앞바다 청정지역 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정을 받아 미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우수합니다. 영어로 R자가 들어가는 달에만 생산되므로 9월에서 다음해 4월까진 생굴이 나오지만 사실상 12월에서 2월까지의 굴이 맛과 상태가 괜찮습니다. 그래서 한겨울의 매생이와 굴은 찹쌀궁합입니다.

요즘 동네슈퍼에서 파는 봉지굴은 사실 씻지 않아도 됩니다.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보았습니다.

무우를 나박하게 썰어 넣습니다. 무우와 굴을 먼저 넣고 무우가 익을 정도로 한소끔 끓입니다. 굴을 먼저 넣고 참기름으로 살살 볶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참기름 냄새조차도 매생이와 굴의 자연스런 맛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어서 과감하게 생략하였습니다.

무우와 굴을 먼저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무우와 굴이 끓으면 매생이를 넣고 물을 조금 더 채운 뒤 간을 합니다. 기호에 따라 마늘과 파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참기름을 두르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생략합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데 사실 새우젓만으로는 간을 다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꽃소금을 조금 더 넣어야 합니다. 매생이는 살짝 익으면 되기 때문에 오래 끓일 필요가 없습니다. 한소끔 끓으면 바로 불을 끕니다.

끓인 매생이의 연두빛을 제대로 감상하시려면 흰 국그릇에 담는 것이 좋습니다. 실은 이 국그릇은 집에서 라면 끓여 먹을 때 쓰려고 제가 직접 두개를 구입해서 쓰고 있습니다. 일반 국 그릇보다 높이가 두 배 이상 됩니다.

충분히 담았습니다만 국그릇이 높아서 적게 보일 뿐입니다. 매생이가 엉키기 때문에 무우를 나박하게 썰어 넣는 것이 먹기에 편하고 맛도 좋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매생이 떡국을 해드셔도 됩니다. 매생이 한 덩이면 4~5명이 드실 양이 됩니다. 남도에 가면 "미운 사위 오면 매생이국 내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생이국은 뜨겁게 끓어도 김이 나지 않기 때문에 사위가 뜨거운 줄 모르고 떠먹다가 입안 데기 쉽다는 뜻입니다.

아내가 먹는 장면을 인증샷으로 찍으려 했는데 초상권을 이유로 촬영을 사양했습니다. 남은 매생이 두 덩이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매생이 철인 2월이 저물지만 마음은 든든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고 말했다는데 저에겐 "아직 두 덩이의 매생이가 있습니다." 열두 척의 배가 결국 나라를 구하듯이 두 덩이의 매생이가 가정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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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13:33 2010/02/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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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돌배
    2010/02/22 13:56
    자산어보에 매생이가 있었는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이왕 하신 김애 매생이 떡국에도 도전해보세요. 멸치보다는 쇠고기로 육수를 내면 더 맛있다는..
  2. mambontango
    2010/02/22 14:01
    모바일에서는 추천버튼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글을 읽고나니 제가 매생이국 한그릇 얻어 먹는 듯 기분이 좋아지네요 ^^
  3. 세레
    2010/02/22 14:08
    정말 맛있어보여요>ㅅ<
    요리하시는 모습에서 대표님의 소박함과 담백함이 보입니다.
  4. arale
    2010/02/22 14:52
    남편이 매생이를 사와서 국 끓여준다는 걸 이상하게 생겼다고 거부했는데, 오늘 한번 해보라고 해야겠네요. ㅎㅎ
  5. 임현철
    2010/02/22 15:39
    와우~ 환영합니다.
    드뎌 한 단계 더 낮은대로 임하셨네요~^^
  6. 다다
    2010/02/22 17:31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의원님 노후 대책은 음식 외교대사하시면 좋겟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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